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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시사/교양 동네 한 바퀴 185회 다시보기 220903 18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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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의 시대에 잃어버리고 살았던 동네의 아름다움, 오아시스 같은 사람들을 보물찾기하듯 동네의 숨은 매력을 재발견하며 팍팍한 삶에따뜻한 위안을 전하는 도시 기행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이보다 더 좋은 지명이 또 있을까. 
완전한 고을이라는 뜻을 가진 전북 완주. 

2개 도, 7개 시군이 접한 요충지이자
굽이굽이 휘달리는 노령산맥, 만경강을 품은
진경산수의 고장이다. 

전북 시군 중 가장 큰 면적,
군 단위 지자체 중 최대 인구로 손꼽히며
발전을 거듭하는 완주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산골마을 구이면 행복 버스 오는 날 
고덕산, 경각산, 모악산, 오봉산. 눈 닿는 곳마다 명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있는 동네, 구이면을 걷는다. 깊은 산골마을이어서일까. 시내버스도, 마을버스도 오지 않는 곳에 ‘행복버스’라 불리는 작은 승합차가 오간다. 언제 어디서든 전화 한 통. 500원만 내면 마을 주민들을 집 앞까지 모셔다 드린다는 버스다. 이 버스의 단골들은 단연 마을 어르신들. 타자마자 구이면 전용 버스 자랑에 한창이다. 하루 딱 4번 오는 시외버스를 타기 위해 걷고 또 걸어야 했던 지난 날. 새벽부터 산 넘고 물 건너 시내로 나갔던 구이면 주민들에게 7년 전부터 생긴 행복버스는 단비 같은 존재일 수밖에. 그래서 병원은 물론 내비게이션 하나 없이도 집 앞까지 척척 모셔다주는 운전기사 김삼종 씨는 어르신들의 ‘동네 아들’이다. 이만기는 작지만 정이 그득한 행복 버스에 몸을 싣는다. 녹음 짙은 완주 산촌의 풍경 속으로 향한다. 

▶ 원두현 마을 고구마순 김치 담그는 어머니들 
행복 버스에서 내린 이만기가 한 마을에 도착한다. 회관 앞 빨래터에서 손빨래를 하던 어머니들을 만난다. 집집마다 세탁기 잘 돌아가는 세상에 웬 빨래터인가 하니 삼삼오오 모여 수다 꽃 피우던 옛 시절 추억, 못 버려 여태 계신다는데. 방망이질로 씻어낼 속앓이 없어도 수십 년 어머니들의 빨래터는 여전한 해우소다. 다시 걷다 이번엔 정자 아래 김치를 담그는 어머니들을 발견한다. 전라도에서는 이맘때면 꼭 담근다는 고구마순 김치. 추석을 앞두고 고향집 찾을 자식, 거둬 먹일 생각에 손발이 바쁘단다. 유독 평지가 적어 먹을 게 귀했던 산촌 사람들은 이렇게 모여 한 계절을 보내왔다. 이웃사촌이 옛말이 된 요즘. 옆집 숟가락 개수까지 안다는 원두현 마을 사람들에게서 함께 사는 기쁨을 배운다.

▶ 열녀문 집안 장손 며느리가 찾은 제2의 인생
호남평야와 맞닿은 동네, 삼례읍에 도착한다. 만경강 너머 너른 들판은 온통 비닐하우스 촌. 과거 서해 조수가 밀려들던 토질 특성 상 불가피한 선택이었단다. 덕분에 이곳 주민들은 한 해 삼모작, 땅 놀릴 틈 없이 농사일에 바쁘다. 이만기는 온통 비닐하우스뿐인 골목에서 열녀문을 본다. 바로 뒷집 정원에서 고운 인상의 카페 사장 최금자 씨가 반긴다. 알고 보니 열녀문은 시댁 조상들의 공적, 그녀 또한 이 터에서 시댁 어른 열네 분을 모시며 열녀 아닌 열녀로 살아왔다는데. 하지만 신성한 시댁 터에 카페를 차린 건 오직 며느리 금자 씨의 뜻. 가정의 평화만을 위해 살다가 혹독한 갱년기를 맞으면서 그녀는 나이 60세에 ‘동네 아줌마 쉼터 만들기’라는 제법 큰 목표에 도전했단다. 한때는 고된 기억이 더 많았지만 그녀는 이곳을 자신만의 공간으로 꾸미며 스스로를 치유해나가는 중. 계절 가는 줄 모르고 비닐하우스에서 수백 번 다리를 굽히고 펴던 동네 어머니들은 숨 돌릴 때마다 금자 씨의 카페를 찾는다. 때론 별 거 아닌 대화들이 응어리 진, 지난 시간들을 위로한다. 누군가의 꿈이 그렇게 한 동네 사람들을 울고 또 웃게 한다. 

▶ 오롯이 지켜낸 55년 어머니의 점방 
수청마을 산 아래 도로변 앞 나지막한 집 한 채를 발견한다. 처음부터 꼭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시간이 멈춘 집 툇마루에 앉는다. 작은 진열장에 듬성듬성 놓인 과자, 생필품, 음료수들. 자세히 보니 그냥 집이 아니라 점방이다. 55년 이곳을 지킨 박동순 어머니에겐 오가는 이 말벗 삼을 유일한 세상 통로이기도 하다. 셋째 아들과 한동갑인 가게는 한량 남편 대신 마련해준 친정아버지의 유산. 그곳에서 어머니는 6남매 낳고 업어 키웠다. 돈 주머니 다 차지 않아도 마당 조용할 날 없던 시절을 보냈다. 없는 살림에도 착한 자식들이 인생 자랑이요 재산이었다. 그렇게 눈 코 뜰 새 없이 살던 어느 날, 대들보 같던 큰 아들을 잃었다. 아들 나이 열여덟, 한창 때였다. 아파도 아프다 말 못하고 남은 자식들을 위해, 어머니는 다시 삶을 살아내야 했다. 참다 곪은 마음이 남아 평생 큰 아들을 잊지 못하는 어머니. 꽃 같이 피었다 떠난 아들 대신 마당 한 구석, 귀한 꽃들을 가꾼다. 아들이 살아있었다면 꼭 이 나이쯤이었을까. 이만기를 만난 어머니가 텃밭으로 발길을 이끈다. 오늘 하루, 아들이 된 이만기가 영근 텃밭 작물들을 딴다. 나란히 앉은 툇마루에 반가운 온기가 머문다.

▶ 묵은지 익어가듯, 사랑으로 이어간 48년 닭볶음탕
완주는 울창한 산세만큼 계곡도 많은 동네. 가는 곳곳마다 맑은 물이 흐른다. 조선시대 명창, 소리꾼 권삼득이 수련했다는 위봉폭포를 지나 한 식당으로 간다. 계곡 근처로 흔히 ‘산장’이라 불리는 닭, 오리 음식점이 막 생겨났을 무렵. 1975년부터 닭을 고아 팔았다는 닭볶음탕 집이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발 아래로 냇물이 오간다. 마치 계곡에 온 것처럼 편안히 즐기다 가라는 주인 신승구 씨의 배려다. 그는 어머니 백숙 장사하던 시절부터 집에서 먹던 묵은지 닭볶음탕을 내놓는다. 1대 사장 어머니 대엔 없던 메뉴라는데, 왜 닭볶음탕에 묵은지를 넣었을까. 당시 흔치 않던 묵은지 닭볶음탕으로 식당 전성기를 꿈꿨던 승구 씨. 결과는 적중했지만 묵은지 때문에 늘어난 일도 수십 배, 일 년에 한 달 반은 꼬박 김치만 담가야 했다는데. 그 모습을 본 아내는 자연스럽게 가던 꿈을 접고 내조의 길을 택했단다. 당연한 듯 당연하지 않아 더 소중한 것. 그 뜻을 알기에 남편은 매일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그렇게 25년 째, 부부의 사랑은 묵은지처럼 겹겹이 익어 더 깊어간다.

▶ 고향의 유산을 복원한 소목 장인의 오랜 꿈
잠종장 옛 터를 걷다가 큰 고목 하나를 발견한다. 수백 년을 살다 쓰러져 수십 년 말린 목재들이 가득한 곳. 그 가운데서 소목장인, 소병진 씨를 만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완주 용진면은 한 집 걸러 대목장, 소목장 일을 하던 ‘소 씨’ 집안 목수 집성촌이었다는데. 지금 이곳에 남은 소목장은 자신 뿐.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그의 공방은 아직 성업 중이란다.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니 수많은 ‘장’들이 눈에 띈다. 바로 조선시대 전주 지역에서 고급 목가구로 손꼽혔던 전주장이다. 일제강점기를 맞고 사라졌던 지역의 보물, 전주장은 사라진 지 120년 만에 그의 손에 복원됐다. 꼬박 10년, 최연소 가구 명장 1호로서 돈을 좇아도 충분했을 시절 바친 열정이었다. 고향 마을 선대의 작품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해온 시간은 그에게 돈보다 값진 보람을 선사했다. 이제 그는 한국관광공사가 지정한 지역 명사로, 완주를 빛내고 있다.

▶ ‘전국 8대 오지’에서 희망을, 귀촌 삼 남매 가족
완주의 동쪽, 동상면은 산으로 둘러싸인 곳. 산 넘고 물 건너야 듬성듬성 집들이 보인다. 조선시대부터 오지 중 오지로 손꼽혔다는 동네답다. 이젠 오갈 수 있는 길이 들어섰지만 여전히 동상면은 사람 소리보다 닭 울음소리가 더 크다. 한적한 산골동네를 걷다가 삼남매를 만난다. 시골에선 보기 귀한 어린이 손님, 놀러왔나 싶었는데 이 마을 최연소 주민이란다. 이만기는 아이들을 따라 집으로 가본다. 거위, 토끼, 칠면조, 말까지 웬 동물 농장이 눈앞에 펼쳐진다. 누가 이 많은 식구를 건사할까. 5년 전 아버지의 고향, 동상면 풍경에 반해 귀촌을 결심했다는 부부. 이들이 꿈꾸는 삶의 목표는 사람 손닿지 않고 본연의 모습을 간직한 동상면 자연, 그 자체다. 물론 귀촌 후 자리 잡기까지 가족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 또한 이겨나가야 하는 과정. 그래서 가족은 매일 만경강 발원지 ‘밤샘’ 물길을 따라 걷고, 밤에는 숲에 누워 별을 본다. 돈 주고는 살 수 없는 경험들로 이들만의 추억앨범을 채운다. 무엇을 얻고 이뤄야 했던 도시의 삶을 떠나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선택한 귀촌생활. 때론 그 마음에 정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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